보라리BoraLee, 송신규Song Shin-Kyu, 한윤희Han Yoon-Hee

지속된 그리고 낯선 그 어떤 곳

2020.11.6 – 11.21

보라리BoraLee, 송신규Song Shin-Kyu, 한윤희Han Yoon-Hee

지속된 그리고 낯선 그 어떤 곳

2020.11.6 – 11.21

지속되고 있지만 낯선 곳이란 어떤 장소일까. 본 전시의 보라리, 송신규, 한윤희 작가는 이질적인 ‘지속’과 ‘낯섦’을 동시에 말하며 그것을 ‘어떤 곳’이라는 공간 언어로 제시한다.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낯선 순간들을 붙잡고 그 낯섦에 대한 기억을 작품의 질료로 삼아 온 이들 작가는 자기 자신, 가족, 지인, 타인, 사회, 비인간, 자연 등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생과 삶의 근원적 문제에까지 닿아가고 있다. 낯선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생소함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존재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본다.

본 전시의 타이틀 “지속된 그리고 낯선 그 어떤 곳”은 보라리, 송신규, 한윤희 작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한 끝에 스스로 그들 작품의 공통 키워드로 도출해 낸 슬로건이다. 이들은 이질적인 ‘지속’과 ‘낯섦’을 동시에 말하며 그것을 ‘어떤 곳’이라는 공간 언어로 수렴하여 제시하고 있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지속이란 직접적 과거와 임박한 미래로 구성된 흐름으로, 인간은 지속 안에서 그 지속의 두께를 지각함으로써 현재를 인식할 수 있다. 현재는 나타남과 동시에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현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같게 된다. 즉 기억은 현재를 인식하기 위해 지속 안에서 끊임없이 호출되는 재료가 된다.

‘지속되는 낯섦’ 혹은 ‘낯선 지속’이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요즘만큼 와닿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낯선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생소함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위 세 명의 작가들이 최근에 불거진 위기상황 때문에 갑자기 지속과 낯섦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작품활동 초창기부터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낯선 순간들을 붙잡고 그 낯섦에 대한 기억을 작품의 질료로 삼아왔다. 낯선 순간들은 자기 자신, 가족, 지인, 타인, 사회, 비인간, 자연 등과의 관계 속에 있었는데, 이 낯섦에 대한 기억은 의식의 지속 안에서 시시때때로 출몰하여 현재를 지배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작품활동으로 추동되었고, 결국은 생과 삶의 근원적 문제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김정은

Artist Statement

보라리 BoraLee

뜨개질 선을 이용하여 공간 속에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 속의 드로잉 작업은 미술사에서 나타난 시공간 조형 인식을 바탕으로, 시간을 상징하는 유연한 선을 공간 속에 설치하여 시간이 연루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조형의 요소로 유연한 선을, 조형의 기법으로 오브제를 천장에 매달아 공간 속에 띄우는 설치 방법을 사용합니다. 공간 속의 드로잉을 실현하기 위해 편물과 실들을 3차원 공간에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관람 각도마다 새로운 드로잉 작품을 발견 할 수 있게 하였으며, 편물과 실들이 이루는 선과 면이 교차하고 얽히면서 이룬 형태를 공간 속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시간으로 조각하는 공간 드로잉’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뜨개질 방식의 확장된 점, 선 그리고 입체적인 면을 이용하여 드라마틱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때 작품에서의 선은 재현을 하는 선이 아닌, 지시대상을 벗어난 자율적인 표현 수단입니다. 저의 설치작품은 목적이나 결과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행위와 이행하는 그 자체가 중요한 조형원리로 작용합니다. 또한 공간 자제도 조형의 요소로 저의 작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여백의 공간, 그리고 작품의 그림자가 만드는 새로운 드로잉이 작품의 조형요소를 확장합니다 입체적으로 느끼도록 매만지는 이유다.

송신규 Song Shin-Kyu

한국의 대피소와 고향 상실과 관련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흙, 땅, 집 그리고 기억의 빈터. 그 속에 사는 강원도 산골 소년이었던 내게는 산, 강, 동식물의 그림자 진 아련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숲의 개간 때문에 자연이 모두 파괴되어 소멸되는 것은 물론 폭력적이고 무계획적인 투기 개발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리면서 느낀 단절감과 소외감 속에서 세상과 인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모든 재개발과 메커니즘은 개인을 경계 밖으로 밀고 서식지의 환경을 왜곡시 켰다. 이 작품들은 새로운 도시 재건에 의해 조작되어 길을 잃은 생명과 조각난 개인들을 표현려 했다.
괴물처럼 보이고, 외부의 힘에 깨지기 쉽고 조작된 형태에 주로 고민을 하며 자연이 주는 청각적 표현을 응용과 사물의 표면적인 질감과 역동적인 선을 찢고 꿰매고 긁고 붙이고 칠하는 행위들을 표현했다. 그것은 소외된 생물에 내포한 상처를 회복시키고자하는 내 식대로의 신음이었다.
이 작품들에는 생명체가 살다 떠난 빈껍데기나 훼손되어 버려진 나뭇가지 등등 미미한 자연의 부산물을 통해 작지만 고귀한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윤희 Han Yoon-Hee

자신이 어디로 가게 될지는 예상하지도 못한 채, 넓은 길을 버리고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의 에스컬레이터를 모험하며 떠돌기를 반복한다. 예술가는 직감과 감각으로 길을 트고 그 위에서 길을 잃다. 도중에 멈추기도 하고 발견의 기쁨을 경험하는 운 좋은 순간들을 맛보기도 하지만 예술가가 가는 길은 끝이 없다. 어찌 보면 에스컬레이터는 막다른 골목(impasse)과는 반대되는 영원성의 공간일 것이다. 하나의 존재로서 처할 수 있는 가장 고독한 상황에 놓인 내 영혼의 일상을 묘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거리로 나갈 채비를 하듯 열쇠를 챙기는 나는, 그러한 일을 실행하는 데 머릿속이 아무런 저항과 장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여야 한다. 의식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하는 산책은 샘솟듯 떠오르는 몽상들과 오버랩 되는 광경들을 충실히 담아낸다.
이는 호기, 잡아야 하는 찰나의 순간, 영위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는 카이로스(Kairos) 개념을 강조한다. 물론 당장 경험하도록 주어진 일상에서 ‘어느 한 순간’을 잡는 데에는 평온한 절박함이 있다.

지속되고 있지만 낯선 곳이란 어떤 장소일까. 본 전시의 보라리, 송신규, 한윤희 작가는 이질적인 ‘지속’과 ‘낯섦’을 동시에 말하며 그것을 ‘어떤 곳’이라는 공간 언어로 제시한다.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낯선 순간들을 붙잡고 그 낯섦에 대한 기억을 작품의 질료로 삼아 온 이들 작가는 자기 자신, 가족, 지인, 타인, 사회, 비인간, 자연 등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생과 삶의 근원적 문제에까지 닿아가고 있다. 낯선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생소함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존재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본다.

본 전시의 타이틀 “지속된 그리고 낯선 그 어떤 곳”은 보라리, 송신규, 한윤희 작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한 끝에 스스로 그들 작품의 공통 키워드로 도출해 낸 슬로건이다. 이들은 이질적인 ‘지속’과 ‘낯섦’을 동시에 말하며 그것을 ‘어떤 곳’이라는 공간 언어로 수렴하여 제시하고 있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지속이란 직접적 과거와 임박한 미래로 구성된 흐름으로, 인간은 지속 안에서 그 지속의 두께를 지각함으로써 현재를 인식할 수 있다. 현재는 나타남과 동시에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현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같게 된다. 즉 기억은 현재를 인식하기 위해 지속 안에서 끊임없이 호출되는 재료가 된다.

‘지속되는 낯섦’ 혹은 ‘낯선 지속’이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요즘만큼 와닿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낯선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생소함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위 세 명의 작가들이 최근에 불거진 위기상황 때문에 갑자기 지속과 낯섦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작품활동 초창기부터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낯선 순간들을 붙잡고 그 낯섦에 대한 기억을 작품의 질료로 삼아왔다. 낯선 순간들은 자기 자신, 가족, 지인, 타인, 사회, 비인간, 자연 등과의 관계 속에 있었는데, 이 낯섦에 대한 기억은 의식의 지속 안에서 시시때때로 출몰하여 현재를 지배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작품활동으로 추동되었고, 결국은 생과 삶의 근원적 문제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김정은

Artist Statement

보라리 BoraLee

뜨개질 선을 이용하여 공간 속에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 속의 드로잉 작업은 미술사에서 나타난 시공간 조형 인식을 바탕으로, 시간을 상징하는 유연한 선을 공간 속에 설치하여 시간이 연루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조형의 요소로 유연한 선을, 조형의 기법으로 오브제를 천장에 매달아 공간 속에 띄우는 설치 방법을 사용합니다. 공간 속의 드로잉을 실현하기 위해 편물과 실들을 3차원 공간에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관람 각도마다 새로운 드로잉 작품을 발견 할 수 있게 하였으며, 편물과 실들이 이루는 선과 면이 교차하고 얽히면서 이룬 형태를 공간 속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시간으로 조각하는 공간 드로잉’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뜨개질 방식의 확장된 점, 선 그리고 입체적인 면을 이용하여 드라마틱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때 작품에서의 선은 재현을 하는 선이 아닌, 지시대상을 벗어난 자율적인 표현 수단입니다. 저의 설치작품은 목적이나 결과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행위와 이행하는 그 자체가 중요한 조형원리로 작용합니다. 또한 공간 자제도 조형의 요소로 저의 작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여백의 공간, 그리고 작품의 그림자가 만드는 새로운 드로잉이 작품의 조형요소를 확장합니다 입체적으로 느끼도록 매만지는 이유다.

송신규 Song Shin-Kyu

한국의 대피소와 고향 상실과 관련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흙, 땅, 집 그리고 기억의 빈터. 그 속에 사는 강원도 산골 소년이었던 내게는 산, 강, 동식물의 그림자 진 아련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숲의 개간 때문에 자연이 모두 파괴되어 소멸되는 것은 물론 폭력적이고 무계획적인 투기 개발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리면서 느낀 단절감과 소외감 속에서 세상과 인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모든 재개발과 메커니즘은 개인을 경계 밖으로 밀고 서식지의 환경을 왜곡시 켰다. 이 작품들은 새로운 도시 재건에 의해 조작되어 길을 잃은 생명과 조각난 개인들을 표현려 했다.
괴물처럼 보이고, 외부의 힘에 깨지기 쉽고 조작된 형태에 주로 고민을 하며 자연이 주는 청각적 표현을 응용과 사물의 표면적인 질감과 역동적인 선을 찢고 꿰매고 긁고 붙이고 칠하는 행위들을 표현했다. 그것은 소외된 생물에 내포한 상처를 회복시키고자하는 내 식대로의 신음이었다.
이 작품들에는 생명체가 살다 떠난 빈껍데기나 훼손되어 버려진 나뭇가지 등등 미미한 자연의 부산물을 통해 작지만 고귀한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윤희 Han Yoon-Hee

자신이 어디로 가게 될지는 예상하지도 못한 채, 넓은 길을 버리고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의 에스컬레이터를 모험하며 떠돌기를 반복한다. 예술가는 직감과 감각으로 길을 트고 그 위에서 길을 잃다. 도중에 멈추기도 하고 발견의 기쁨을 경험하는 운 좋은 순간들을 맛보기도 하지만 예술가가 가는 길은 끝이 없다. 어찌 보면 에스컬레이터는 막다른 골목(impasse)과는 반대되는 영원성의 공간일 것이다. 하나의 존재로서 처할 수 있는 가장 고독한 상황에 놓인 내 영혼의 일상을 묘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거리로 나갈 채비를 하듯 열쇠를 챙기는 나는, 그러한 일을 실행하는 데 머릿속이 아무런 저항과 장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여야 한다. 의식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하는 산책은 샘솟듯 떠오르는 몽상들과 오버랩 되는 광경들을 충실히 담아낸다.
이는 호기, 잡아야 하는 찰나의 순간, 영위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는 카이로스(Kairos) 개념을 강조한다. 물론 당장 경험하도록 주어진 일상에서 ‘어느 한 순간’을 잡는 데에는 평온한 절박함이 있다.

Artist

보라리 BoraLee

송신규 Song Shin-Kyu는 1990년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강릉원주대학교 서양화 전공,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2019년 개인전 (Siao-long Culture Park Gallery A14, 대만)로 데뷔. 2020년 개인전 <자연으로 돌아가다 BACK TO NATURE>(토지문화관 작가의집 전시실, 강원도 원주시), 2020년 개인전 <인간과 자연 : 화해 Human and Nature : reconcile>(기억의집 전시실, 전라남도 순천시), <풍경의 뼈 TRACES OF NATURE>(KT&G 상상마당 아트갤러리1, 강원도 춘천시), 2021년 박수근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6기 작가로 인간과 고향 개인전을 여는 등 현재 춘천 예술인촌에서 1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윤희 Han Yoon-Hee

Artist

보라리 BoraLee

송신규 Song Shin-Kyu는 1990년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강릉원주대학교 서양화 전공,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2019년 개인전 (Siao-long Culture Park Gallery A14, 대만)로 데뷔. 2020년 개인전 <자연으로 돌아가다 BACK TO NATURE>(토지문화관 작가의집 전시실, 강원도 원주시), 2020년 개인전 <인간과 자연 : 화해 Human and Nature : reconcile>(기억의집 전시실, 전라남도 순천시), <풍경의 뼈 TRACES OF NATURE>(KT&G 상상마당 아트갤러리1, 강원도 춘천시), 2021년 박수근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6기 작가로 인간과 고향 개인전을 여는 등 현재 춘천 예술인촌에서 1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윤희 Han Yoon-Hee